예술 예찬
내가 김환기라는 화백을 알게된 것은 국가브랜드 위원회에서 개최한 최광식 문화청장의 강연을 듣고난 후였다.
문화청장님의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아 '항아리와 날으는 새'( http://dreamvirus.net/xe/7865 ) 라는 작품에 대해
간략히 포스팅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작년 12월 31일 보신각에서 새해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김환기 화백의 회고전'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스케줄 관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관람을 하게되었다.
경복궁 좌편 사간동에 위치한 '갤러리현대'에서 2월 26일까지 전시를 한단다.
(그리고 매우 저렴한 가격!! 대학생, 성인 : 5000원 / 청소년 : 3000원)
나는 운이 좋게도 도슨트가 설명을 해주는 3시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녀가 말하기를, 2004년 환기미술관(부암동에 위치)에서 전시를 한 이후로 8년 만에 전시를 한 것이란다.
리움미술관에 있는 한 작품(영원의 노래)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인소장이기 때문에 다음 전시가 언제가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은 꼭 가보시길!!
김환기 화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보자면,
(도슨트에게 들어서 메모한 것과 도록에 있는 내용을 종합하여 그에 대해 간략히 써보겠다.)
김환기 화백은 1913년 전남 신안군에서 태어나 동경에서 유학 후 한국과 파리, 뉴욕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제 1세대로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는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하여 한국적 특성과 현대성을 겸비한 뛰어난 작품을 선보였으며,
산, 달, 학, 매화, 백자와 같은 동양적인 소재를 서양적 기법으로 표현한 구상작품부터
점, 선, 면으로 단순하고 상징화된 추상작품까지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독창적인 한국미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의 호는 수화(樹話)인데, 단어 그대로 '나무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이란다.
자연을 사랑했던 그의 정신이 드러나 한결 멋드러진다.
또한 별명은 '학' 이다.
키가 180이 넘었고 목이 길었으며 섬에서 살아서 늘 육지에서 오는 배를 목을 쭉- 빼며 기다려왔다기에 지어졌단다.
참고로 술에 취하면 장고를 치면서 학춤을 추기도 하셨다는 ^^
그의 작품 시대구분은 크게 이렇게 나누어진다.
1) 전기 서울시대 (1937-1956)
2) 파리시대 (1956-1959)
3) 후기 서울시대 (1959-1963)
4) 뉴욕시대 (1963-1974)
전기 서울시대부터 파리시대까지는 구상작품이 주를 이루었으며,
후기 서울시대에 이르러 추상작품의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뉴욕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추상작품을 선보였다.
갤러리 현대는 크게 본관과 신관으로 나뉘는데,
본관에는 구상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신관에는 추상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나에게 그의 작품은 어떤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을까?
이번 회고전을 감상하기 전에 그의 작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오직 '항아리와 날으는 새' 뿐이었다.
그리고 전시된 모든 작품들을 감상한 후 느껴진 것은, 정말로 오길 잘했다는 것.
나에게 그의 작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색감이 무척 아름답다는 것.
대부분의 작품이 파스텔톤으로 이루어졌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심신의 평안을 안겨준다.
특히 그는 푸른색을 주로 활용하였는데, 이렇게 다양한 색상의 푸른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를 통하여 알게되었다.
(그가 푸른색으로 상징하려고 했던 것을 프랑스의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한국의 하늘과 동해 바다는 푸르고 맑으며 이러한 나라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깨끗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둘째, 한국의 미를 여실히 드러낸 것.
그의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는 바로 '백자'이다.
그는 백자를 통해서 한국의 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자신의 작품 속에 온전히 녹여내었다.
백자는 때로는 실내에, 때로는 실외에 위치하기도 하였으며, 종종 달의 모습으로 복합되어 나타나기도 하였다.
'상감청자' 처럼 날카로운 곡선미는 없지만, 둥글둥글한 하얀 백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평화롭다.
셋째, 뛰어난 구성력.
미술을 전공으로 삼지도 않고 단지 취미가 전시회 관람인 미술문외한이 내가 보기에도, 그의 작품은 구성력이 정말 뛰어나다.
정형적인 구성을 따르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순서는 순위가 아닙니다~)
1. 항아리와 매화가지 (Oil on canvas / 60.6 X 80.3 cm / 1956)
살짝 오버를 하자면, 추사의 세한도가 떠오르는 작품.
절제미가 최고인 것 같다.
더불어 백자는 마치 둥근달과도 같으며, 매화가지와 매화는 달의 밋밋함을 보완해주는 훌륭한 구성물인듯.
(참고로, 그에게 백자란?
김환기 화백의 부인인 김향안 뉴욕 환기재단 이사장의 말씀에 따르면, - 조선일보 1994.5.2
"그가 예술을 배운 것도 바로 조선의 백자를 통해서였습니다. 성북동 시절엔 한 푼이라도 생기면 어디에선가 골동품을 사와
방이란 방은 다, 심지어는 마루 밑에까지 두었을 정도입니다. 작품을 하다가 잘 안되면 지그시 눈을 감고 백자 항아리를
쓰다듬기도 했습니다. 6.25 때 피난 가면서 도자기중 명품들만 골라 우물에 담가두고 갔는데 수복 후 돌아와 보니
모두 깨져버려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2. 사슴 (Oil on canvas / 64.5 x 81 cm / 1958)
김환기 화백은 정말로 천재인 것 같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사슴이 사랑스럽다.
더군다나 코가 새빨갛다 :)
3. 영원한 것들 (Oil on canvas / 127.5 x 103.5 cm / 1956-57)
(실제로 본 색과 이미지의 색이 달라 아쉽다.)
십장생과 비슷한 모티브로 만든 작품.
좌측 상단부터 (매화로 표현한) 해, 구름/달, 학, 물고기, 달, 사슴, 바위, 나무, 산으로 10가지를 표현하였다.
요즘에야 이런 구성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던 구성이라고 판단되기에 더 가치가 있는 듯.
인터넷뉴스를 보니 21억원에 팔렸단다. -_-
4. 무제 23-VII-71 #218 (Oil on cotton / 210 x 293 cm / 1971)
마치 생물시간에 배운 DNA 염기서열이 떠오르는 작품.
거대한 실물로 봐야 감동이 있는데, 이미지로는 그것이 드러나지 못해 아쉽다.
역시 그림은 화면이 아닌 실물로 만나야 한다.
5.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 (Oil on canvas / 236 x 172 cm / 1970)
- 저녁에 -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가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화백은 뉴욕에서 이 시를 읽자마자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서...
저 무수한 점들 중에서 특히 크게 번진 것들은, 아마도 그가 점을 찍다가 흘린 눈물 때문 아닐까..
마무리 하며,
초반부에도 썼지만,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꼭 가셔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의 작품을,
그리고 8년 만에 전시되는 작품을,
단돈 5,000원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도 바쁜 일상이 있었기에, '보지 말까...?' 라고도 잠시 고민을 했지만,
여유를 내어 보기를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사는 집 안에 그의 작품이 걸려있기를 감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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