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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가 종종 구독하는 RSS는

한겨레 신문 기자인  구본준 씨가 운영하는 구본준의 거리가구 이야기( http://blog.hani.co.kr/bonbon/ ) 이다.

그는 건축을 중심으로 미술 등 몇몇의 카테고리를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어 애용하고 있다.


어느날 블로그를 보던 중 그가 추천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바로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을 가진 이 것이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건축 개론서(혹은 기본서)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으셨나 보다.

(그 외에도 추천하신 책은 '집을 순례하다 / 나카무라 요사후미')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우선 나와 같은 건축에 무지한 독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이란 분야에는 수많은 전문용어들이 있겠지만 저자는 최대한 사용을 지양하였다.

대신 점, 선, 면 등의 기초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을 몰입시켰다.


하지만 이런 용어들이 단순한 것은 아니다.

가장 기초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할 여지가 많은 역설적인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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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점' 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어느 공간에 점 하나를 찍을 경우 대부분은 한가운데를 선택할 것이다.

그래야지 어색해보이지 않을 테니깐.

하지만 이 발상은 너무 보수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약간 옆으로 찍게된다면 어떻게 될까?

보는 즉시 약간은 불안하거나 거북한 느낌이 들지모른다.

그래서 이에 맞춰 반대편에 점 하나를 찍어 대칭을 이루게 만든다면, 안심은 될지모르나 또다시 딱딱한 느낌이 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점' 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개념 하나에도 우리는 고민해야할 부분이 있다.

물론 건축가들이 이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이 책을 통해 내가 얻게된 점은,

'평상시에는 무심코 지나칠법한 건물에 대해 애정어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건물과 그것을 이루는 구성요소에는 각각이 내포하는 의미가 있다' 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건축가들은 결코 아무 생각없이 건물을 만들지 않고 구성요소를 덧붙이지 않는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모든 것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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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삼성플라자 태평로점을 건축한 건축가는 돌로 된 계단에서 챌판의 아래를 파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걷는 이가 올라가면서 발 앞꿈치가 닿는 면적을 넓히겠다는 실용적인 목적에 있으며

두 번째, 이 곳에 빛이 떨어질 경우 묵직한 돌들이 허공에 떠있는 듯이 보인다는 심미적인 목적에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안도 다다오, 안토니오 가우디 등에 대해서

그들의 작품이 무엇이 있는지 등의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었던 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서 건축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들어갔다는 느낌이 든다.

조만간 구본준 씨의 다른 추천 도서인 <집을 순례하다>와 서현 교수님의 다른 저작인 <건축을 묻다>를 읽어봐야겠다.

 

 

 

# 인상깊은 구절

 

p.18

우리가 건물을 보고 좋다, 혹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있기 위해서도 우리의 머릿 속에 판단 기준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 기준은 많은 건물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것을 통하여 길러질 것이다.

꼼꼼히 들여다보는 작업의 단초를 제공하기 위하여 이 책을 쓴 것이다.

 

p.47 황금분할

선을 하나 그리고 그 위에 점을 하나 올려놓자.

이 점은 선분을 긴 변, 짧은 변으로 하여 어떤 비례로 나누게 한다.

선 전체 길이 대 긴 변의 길이의 비와 긴 변 대 작은 변의 길이 비가 같게 되는 위치,

그것이 황금분할이다.

이 값은 (1+root5)/2가 되고 풀어쓰면 1:1.618 혹은 0.618이라는 신기한 수치를 얻는다.

 

p.64

건축가가 그 건물에 얼마나 꼼꼼히 신경을 썼는가 하는 것은 창을 봐도 금방 드러난다.

건축가들이 창을 내면서 고민할 때 들이는 시간은 건물 전체의 외관을 디자인하는 시간의 절반을 넘는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p.70 원기둥의 특징

우리는 로비의 각 부분들이 흐트러짐 없이 당당하고 완결된 모습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비는 건물의 첫 인상이기 때문이다.

많은 건축가들이 유독 로비에는 원기둥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

건축가들이 로비에 원기둥을 사용하는 이유는,

원기둥이라는 모형자체가 고집이 세고 제 목소리를 갖는 이미지를 지녔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의 당당하고 완결된 첫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어떤 건축물을 보든지, '항상 왜 하필이면 이것으로 했을까?' 라고 생각해보자.

 

p.74 건축과 공간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건축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공간을 건축의 핵심적인 요소로 만드는 것이다.

(중략)

노자의 <도덕경> 11장은 건축가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글귀이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바퀴통에 연결돼도 비어 있어야 수레가 된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창과 문을 내어 방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그런 고로 사물의 존재는 비어 있음으로 쓸모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노자의 일깨움이 건축 강론을 위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공간의 의미에 대한 정확한 지적은 동서양의 건축가들이 틈나는 대로 곱씹어 보는 내용이다.

 

p.121 유리의 가치

유리는 지금껏 이야기되었던 재료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건물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재료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련히 그 앞의 나무와 하늘을 비춰 준다는 사실은,

쌓고 부어서 사용하는 재료로 만든 공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가능성을 건축에 마련해 주기 시작했다.

유리는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반사유리가 그 가능성의 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유리는 빛의 상태에 따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하고 미묘하게 반응한다.

사람이 서서 보는 각도에 따라 색과 투명도도 바뀐다.

여기서 무딘 언어로 그 가능성을 모두 서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현란하게 변화하는 자연광 아래 직접 찾아나설 마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 내가 생각하는 유리의 진정한 매력은 안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방향에 따라 반사되는 물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더불어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콘크리트, 유리 등의 재료에서조차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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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5 빛의 매력

경제적인 제약을 많이 받는 건물의 설계에서도 건축가는 빛만은 풍요롭게 쓸 수 있다.

빛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가득한 풍요로움과 공평함에 있다.

빛의 또 다른 매력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잔잔한 변화에 있다.

벽에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 창을 통해서 실내로 들어오는 빛의 변화는 공간을 살아있게 만든다.

빛은 공간에 생명을 주는 마법사 같은 존재다.

건축이 단지 기술이 아닌 예술이 되게 하는 분수령, 합리성과 수치만으로 거론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빛이다.

조물주가 사람을 만들고는 그 코에 불어넣었다는 생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다.

-> 이 구절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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